"title" content="이사짐센터.그남자. :: 자유로운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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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맑고 높은 가을 어느 날.

 

오늘은 내가 이사를 가는 날이다.

 

아침 7시부터 포장이사를 총괄하는 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고객님. 일어나셨나요? 저희 도착해갑니다."

 

이사가는 날이라 나도 긴장이 되어 잠도 뒤척인데다

 

포장이사는 처음 해봐서 걱정도 된 터였다.

 

1층현관 벨이 울리고 곧이어 남자셋 여자 둘이 올라왔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바로 포장을 시작하는 그들의 손놀림은

 

더없이 노련했다.

 

 

그중에 눈에 띄는 한 남자.

 

키가 방문에 닿을듯 컸고 몸도 탄탄해보였다.

 

과묵하게 일을 하는 그사람과 자꾸 눈이 마주쳤다.

 

'뭐지? 나한테 관심이 있나?'

 

눈이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서 시선을 다른곳에 두는게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곧이어 웃음이 따라 나왔다.

 

남편이 오늘 출근인 관계로 나 혼자 이사를 하고있지만

 

벽 곳곳에 걸린 사진들을 보면

 

내가 유부녀라는걸 알수있을텐데.

 

 

눈을 돌릴때마다 그와 눈이 마주쳐서 민망했다.

 

그래도 한켠으로는

 

결혼한지 2년밖에 되지않은 내가 아직 죽지않았구나 싶어서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어제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과 간식거리를 사놓은걸

 

포장이사 팀장님께 알려드리고 드시라고 챙겨주는데

 

저 멀리서 그 남자는 쭈뼛쭈뼛오지않았다.

 

두사람이 사는 신혼집이지만 짐이 많은 터라 4시간 가까이 이사짐을 정리하고

 

이사갈 집으로 옮겼다.

 

 

전에 살던 집과 구조가 사뭇달라 가구의 위치와 짐의 위치를 정해드리고

 

옆에서 도와드리며 여성직원분들과도 곧잘 대화를 나눴다.

 

 

 

저녁시간이 되기 전 짐은 가까스로 정리를 마쳤고

 

자질구레한 짐은 퇴근한 남편과 함께 정리하기로 하고

 

잔금을 치루느라 팀장님과 대화를 하는 중에.

 

"계약자분 맞으시죠?"

 

"네. 저 맞아요."

 

"아..허허허"

 

센터팀장이 멋쩍게 웃었다.

 

"왜그러세요?"

 

그 웃음이 웃겨서 나도 같이 웃으며 물었다.

 

"아니. 저희가 아제 이삿짐을 날랐는데 그게 알고보니 도둑이사였더라고요."

 

"네?"

 

"살던집에서 이사갈 집으로 가려고 짐을 다 쌌는데 그게 불륜녀가 이사짐을 본처 몰래 옮겼더라고요.

신랑이랑 짜고. 그래서 저희 알바생이 놀랐나봅니다."

 

"알바생이요?"

 

저 키크고 훤칠한 그 남자?

 

"네. 사모님께서 사진과 모습이 조금 달라서 알바생이 어제 그상황아니냐고

 

점심먹는 내내 쫄아있더라고요. 저희는 이사경력이 많아서

 

사진과 모습이 조금 달라서 다 알아보는데. 저 친구는 아직 사회초년생 나이라 못알아보더라고"

 

"네?"

 

"아니...사진하고 얼굴과 아니 얼굴이 좀 차이가 난다면서.."

 

 

결혼사진과는 당연히 갭이 있겠지만

 

내가 웨딩사진때보다 아무리 20kg쪘더라지만

 

그걸 못알아봤다고?

 

"저희는 맞다고~맞다고 하는데 저 친구가 어제같은 사단이 날까봐 걱정했나봐요. 허허허"

 

그럼 이제껏 나를 수줍게 본게 아니라  의심의 눈초리로

 

봤다는 건가?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하하하하하핳

 

 

 

 

 

 

 

 

이 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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