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content="'짧은 소설' 카테고리의 글 목록 :: 자유로운 공간" />
반응형

안녕하세요. 거의 매일 아침 같은 버스를 타는 사람입니다. 제 인사가 늦었지요? 저는 아침마다 그쪽보다 두정거장 먼저 버스를 타요. 어느샌가 일정한 시간에 같은 버스를 타는 당신을 보고 신기했어요. 점점 어디서 내리는지 주의깊게 보게되고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언젠가는 일부러 당신이 내릴때까지 내리지 않아본적이 몇번 있어요. 그쪽이 내리는 정류장은 내가 내리는 정류장과 세정거장 차이더라고요. 그래서 언젠가는 그쪽이 내리는 정류장에 같이 내려서 그쪽이 걸어가는 회사까지도 같이 가봤어요. 약간은 낡은, 예전에는 빛을 띄는 회색이었을 건물이 세월을 입은 채 나이를 먹은 건물로 들어가는 당신을 보고 나도 이곳의 회사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했어요. 그래도 다행이지않나요? 우리가 세정거장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는 것이. 어제는 월급날이라 당신의 회사앞에서 기다렸어요. 같이 퇴근하고 싶었거든요.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술도 한잔하고. 아! 그 이상을 바란건 아니에요. 그저 그정도만. 딱 그정도면 됐는데. 회사앞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나를 경찰들이 데리고 가더라고요. 무슨일인가 싶어서 취조 비슷한것을 하는 경찰들에게 화가 많이 났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우연인 척. 시치미를 뗐죠. 미안해요. 나는 당신을 모른다고 했어요. 그래야 내가 빨리 경찰서에서 나가서 당신을 만나러 갈수 있으니까. 내 월급으로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다고 했잖아요. 기억 나요? 아. 기억날리가 없죠. 나는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 당신한테 말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오늘 아침 내가 당신이 타는 정류장에서 기다려줬지요? 무슨 급한일인지 나를 보고 문득 급한 일이 생각 난건지 택시를 타고 가는 걸 보고 조금 많이 아쉬웠어요. 오늘은 내 소개도 하고 당신과 모닝커피도 마시고 싶었는데. 그럼 우리..오늘 저녁에 봐요. 회사는 부담스러워 하는것 같아서 미리 봐둔 당신의 집앞에서 기다릴게요. 당신에게 줄 선물도 준비했으니까 서프라이즈로 숨어있을게요. 우리 오늘은 꼭 저녁도 같이 먹고 술도 한잔해요. 그리고..당신도 나에게 마음이 있다면 나에게 용기내어 말해줘요. 사실은 기다리고 있었다고. 알겠죠?  남들은 나를 보고 스토커라고 하겠지만. 나는 스토커와 달라요. 스토커는 혼자만의 사랑으로 쫓아다니고 폭력을 행사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쵸?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으니까. 버스에서 흘긋흘긋 나를 보는 당신을 나도 봤으니까. 그러면서 안 본척 나랑 눈이 마주치면 앞을 바라본 당신을 내가 봤으니까.  그럼 이따가 봐요. 당신을 사랑하는 당신의 사람이.

'짧은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사짐센터.그남자.  (0) 2018.10.10
그날.  (0) 2018.10.03
반응형

하늘이 맑고 높은 가을 어느 날.

 

오늘은 내가 이사를 가는 날이다.

 

아침 7시부터 포장이사를 총괄하는 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고객님. 일어나셨나요? 저희 도착해갑니다."

 

이사가는 날이라 나도 긴장이 되어 잠도 뒤척인데다

 

포장이사는 처음 해봐서 걱정도 된 터였다.

 

1층현관 벨이 울리고 곧이어 남자셋 여자 둘이 올라왔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바로 포장을 시작하는 그들의 손놀림은

 

더없이 노련했다.

 

 

그중에 눈에 띄는 한 남자.

 

키가 방문에 닿을듯 컸고 몸도 탄탄해보였다.

 

과묵하게 일을 하는 그사람과 자꾸 눈이 마주쳤다.

 

'뭐지? 나한테 관심이 있나?'

 

눈이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서 시선을 다른곳에 두는게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곧이어 웃음이 따라 나왔다.

 

남편이 오늘 출근인 관계로 나 혼자 이사를 하고있지만

 

벽 곳곳에 걸린 사진들을 보면

 

내가 유부녀라는걸 알수있을텐데.

 

 

눈을 돌릴때마다 그와 눈이 마주쳐서 민망했다.

 

그래도 한켠으로는

 

결혼한지 2년밖에 되지않은 내가 아직 죽지않았구나 싶어서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어제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과 간식거리를 사놓은걸

 

포장이사 팀장님께 알려드리고 드시라고 챙겨주는데

 

저 멀리서 그 남자는 쭈뼛쭈뼛오지않았다.

 

두사람이 사는 신혼집이지만 짐이 많은 터라 4시간 가까이 이사짐을 정리하고

 

이사갈 집으로 옮겼다.

 

 

전에 살던 집과 구조가 사뭇달라 가구의 위치와 짐의 위치를 정해드리고

 

옆에서 도와드리며 여성직원분들과도 곧잘 대화를 나눴다.

 

 

 

저녁시간이 되기 전 짐은 가까스로 정리를 마쳤고

 

자질구레한 짐은 퇴근한 남편과 함께 정리하기로 하고

 

잔금을 치루느라 팀장님과 대화를 하는 중에.

 

"계약자분 맞으시죠?"

 

"네. 저 맞아요."

 

"아..허허허"

 

센터팀장이 멋쩍게 웃었다.

 

"왜그러세요?"

 

그 웃음이 웃겨서 나도 같이 웃으며 물었다.

 

"아니. 저희가 아제 이삿짐을 날랐는데 그게 알고보니 도둑이사였더라고요."

 

"네?"

 

"살던집에서 이사갈 집으로 가려고 짐을 다 쌌는데 그게 불륜녀가 이사짐을 본처 몰래 옮겼더라고요.

신랑이랑 짜고. 그래서 저희 알바생이 놀랐나봅니다."

 

"알바생이요?"

 

저 키크고 훤칠한 그 남자?

 

"네. 사모님께서 사진과 모습이 조금 달라서 알바생이 어제 그상황아니냐고

 

점심먹는 내내 쫄아있더라고요. 저희는 이사경력이 많아서

 

사진과 모습이 조금 달라서 다 알아보는데. 저 친구는 아직 사회초년생 나이라 못알아보더라고"

 

"네?"

 

"아니...사진하고 얼굴과 아니 얼굴이 좀 차이가 난다면서.."

 

 

결혼사진과는 당연히 갭이 있겠지만

 

내가 웨딩사진때보다 아무리 20kg쪘더라지만

 

그걸 못알아봤다고?

 

"저희는 맞다고~맞다고 하는데 저 친구가 어제같은 사단이 날까봐 걱정했나봐요. 허허허"

 

그럼 이제껏 나를 수줍게 본게 아니라  의심의 눈초리로

 

봤다는 건가?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하하하하하핳

 

 

 

 

 

 

 

 

이 자식이...

 

 

 

 

'짧은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도 날  (0) 2018.10.25
그날.  (0) 2018.10.03
반응형
해가 아파트 뒷 산을 넘으며
스산한 바람이 부는 그날.
나는 그 위로 올라갔다.

내 인생 최고치를 찍은 그날.
나에게 한계는 어디인가를 되짚어 본 그날.

나는 여기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돈을쓰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가.

주위의 만류에도 나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간 나를 되뇌이며
후회도하고 신기한 감정에 휩싸이며

다시금 올라가 본다.


과연 이것이 진짜인가.
정말 이게 나인가.

그날.
그날은 일주일 전이었고
어제였고 또 오늘이었다.

내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은 그날.


'짧은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도 날  (0) 2018.10.25
이사짐센터.그남자.  (0) 2018.10.10

+ Recent posts